물건을 산 뒤 일정 기간 안에 다시 환불이 가능한 리펀드(refund)가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쉽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국 생활을 하면서 자주 해 보는 질문이다.   미국에 오기 전 읽은 연수기마다 미국은 소비자 천국인 만큼 물건을 샀다가 나중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이 가능하니 반드시 영수증을 잘 보관해야 한다는 조언이 빠지질 않는다.   지난 6개월간 이 리펀드 제도는 적잖은 도움이 됐다. 타겟이라는 상점에서 산 리모콘이 두 달 가까이 지나 작동이 안돼 영수증을 갖고 가니 환불을 해 줬다. 아이들 엄마가 몸살에 걸려 약을 샀는데 먹질 않아 다시 갖다 주고 돈을 돌려받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 달 전 대형 할인점에서 산 운동화를 아이가 제법 신었는데도 발에 맞질 않아 운동하기에 불편하다고 하니 군말 없이 리펀드해 줬다.

  그래도 11월 구입한 화장품을 1월 말에 바꿔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아이들 엄마가 산 화장품이 피부 스타일에 맞질 않았지만 어느 화장품을 사야 할지 몰라서 그냥 써 왔다. 화장품을 아껴 조금씩 써오긴 했지만 ‘두 달 이상 쓴 화장품을 바꿔줄까’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져가 봤다. 사정을 얘기하니 점원은 간단한 확인사항만 적고 사인하라고 하고서는 환불해 줬다.

  대체로 어느 상점에서든 “왜 환불하려고 하느냐”라고 물어보는 경우도 드물다. 그저 환불해 달라고 하면 그만일 뿐이다. 상점마다 3개월, 1개월 등으로 환불기간이 다른데, 기한이 지났는데도 리펀드를 받았다는 이들도 있다.

  어떤 미국인들은 세일기간이면 한국인처럼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대충 마음에 들면 카트에 담는다고 한다. 집에 가져가서 입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리펀드 받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란다.

  한국 사람들이 리펀드를 받으면서도 대체로 미안함을 갖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최근 몇 년새 한국의 소비자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 보호도 이전보다 상당히 나아졌다. 반품이나 환불도 한결 쉬워졌다.

  그렇더라도 굽이 조금 닳은 신발, 태그를 떼낸 옷, 마개를 열어 버린 샴푸 같은 것까지 환불해 주지는 않는다. 미국의 리펀드 제도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그러면 당장 한국에서 미국과 같은 리펀드 제도를 시행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글쎄........... 

  물론 미국식 리펀드 제도가 소비자 보호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면서도, 제조업체의 희생 위에서 지탱되고 있다는 점에서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제조업체에 비해 월등한 우위를 점한 유통업체들이 리펀드 부담을 모두 제조업체에 떠넘기면서 생색만 실컷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제조업체는 중국 어느 기업일 수도, 한국의 어느 중소기업일 수도 있다.

트랙백 주소 :: http://himyblog.com/trackback/299

댓글을 달아 주세요